고요한 강

♣ 아~ 보고 싶어라 · 보고 싶어라 · 내 여인이 보고 싶어라 · 꿈결에라도 보고 싶어라! ♣


시내버스 기사님 죄송합니다. 자유에

시내버스 기사님 죄송합니다.


 


꿈속에서 시내버스 탈 일이 있었습니다.


요즘은 날씨가 쌀쌀해서 멀리 갈 일이 거의 없지만, 조금이라도 멀리 갈 일이 생기면 특히 무등산이 오르고 싶을 땐 등에 멜빵가방을 맸었습니다.


몸의 평형이 어그러졌는지 중심 잡고 걷는다는 게 보통 어려운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들것보다는 정확히 가운데 들어선 듯한 멜빵가방이 외출할 땐 제격이지요.


꿈속에서도 마침 어디에 다녀오는 길이었는지 제가 그놈의 멜빵가방을 메고 있었답니다.


바깥 날씨가 꽤 추웠습니다.


그럴 땐 더욱 몸이 움츠러들고 떨리거든요.


왜 심혈관계 환자들에게 기온이 뚝 떨어지면 외출을 삼가라 그렇잖아요.


저도 마찬가지로 온도가 많이 내려가면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해서 그런지 눈에 띄게 몸이 흔들리지요.


겉으로 드러난 것도 그렇지만, 우선 입에서 혀가 말을 제대로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또 하나는 하다못해 팔이 많이 떨려서 끼니때 맞추어 음식을 먹으려 해도 무척 애로를 겪곤 합니다.


버스에 올랐는데 하필이면 좌석이 가득 찼고 저만 홀로 멜빵가방을 멘 채 서 있는 거였습니다.


추운 날씨에 버스에 올랐기에 당연히 온몸이 후들거렸겠지요.


시내버스 가운데 붙은 내리는 문짝보다 뒤쪽에서 간신히 버티고 서 있었거든요.


그렇게 얼마를 지났을 무렵 기사님이 제게 그랬습니다.


'저기 뒤에 서 있는 아저씨! 어지간하면 그 가방이라도 집에 두고 오지 그랬어요?'


지금 생각하면 기사님이 저를 생각해 던진 가벼운 인사였을 텐데 꿈속에선 그렇게 들리지 않았습니다.


마치 저를 조롱한 듯한 말로 들었거든요.


그렇게 느꼈기에 버릇처럼 곧바로 내갈기려다 한 박자를 늦췄습니다.


'음. 난 지금은 술도 먹지 않았지. 그러니까 입에서 술 냄새날 일도 없겠다. 그래 나를 모욕했지?'


거기까지 점검이 되자마자 곧바로 쏘아붙였답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요? 이 가방이 오가는 승객을 건들기나 해요?'


그런 말로 소나기처럼 기사님을 궁지에 몰아붙였었지요.


그러다가 잠이 깼는데 너무도 기분이 찜찜합니다.


현실에선 도저히 그런 해괴망측한 상황이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시내버스에 오르거나 내릴 때의 제 동작이 너무도 느리답니다.


기사님 처지에선 얼마나 또 답답하시겠어요.


비단 그런 이유가 있어 부득불 그런 건 아니지만, 버스를 타고 내릴 땐 언제나 인사를 나눴었지요.


공감하시는 분 있을 겁니다.


벙어리처럼 몇 시간을 입이 닫혔다가 갑자기 말문을 열려고 하면 목이 안 풀려서 말이 새거나 꼬이기 일쑤잖아요?


버스를 탈 때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기사님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면서 인사하니까 속으로 두어 번 연습해 머금었던 말로 그냥 '안녕하세요. 기사님?' 하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내릴 땐 곤란한 경우가 많습니다.


승객이 가득 차서 기사님이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지 그것도 걱정이고요, 또 하나는 '기사님 수고하셨습니다.' 또는 '기사님 수고하세요!'가 제대로 발음이 될지 그것도 걱정이거든요.


제 혓바닥이 ㅅ(시옷) 받침이 겹치는 거에 무척 달리기에 '~하셨습니다.' 부근에서 버벅댈 확률이 매우 높으니 걱정하지 않을 수가 없는 그런저런 상황이 시내버스와 저의 관계인데 꿈속에서처럼 기사님에게 막말을 퍼붓는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당장 사과합니다.


꿈속에라도 기사님을 홀대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제게 문제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저의 무의식 속에 단 한 점이라도 기사님에 대한 부정적 요소가 잠재했으니까 그토록 꺼림칙 한 사건이 터졌던 거지 그러지 않고서 감히 그럴 수 있었겠나요?


꿈속의 기사님은 물론이고요, 세상의 모든 버스 기사님 죄송합니다.


부디 넓은 아량으로 헤아려주시고 용서해 주실 걸 간곡히 읍소합니다.


조금 남사스럽지만 그래도 해 볼래요.


- 기사님들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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