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강

♣ 아~ 보고 싶어라 · 보고 싶어라 · 내 여인이 보고 싶어라 · 꿈결에라도 보고 싶어라! ♣


참꽃인들 어쩌랴 개나린들 또 어쩌랴! 자전거

참꽃인들 어쩌랴 개나린들 또 어쩌랴!


 


좀 늦은 듯 아니 엄청나게 때 늦은 출발이라고 해야 옳겠는데 그제는 올 들어서 처음으로 운동다운 운동을 시작하기로 한 날입니다.


운동이라고 해봐야 뭐 특별할 것도 없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벗어나서 한두 시간쯤은 너끈히 들어갈 만큼의 거리를 달려오는 것이었거든요.


날짜가 지나서 운동이랍시고 나갔던 그 첫날이 벌써 이틀이나 지나버렸네요.


 


처음 출발하려는 순간엔 그 대상을 어디로 삼는 게 좋을지 잠시 망설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버지(친구놈의 선친) 누워계시는 '영락공원' 쪽으로 가자니 돌아올 때 날이 저물어서 곤란할 것도 같기에 차라리 정 반대편에 있으면서도 대충 알만한 도심지에 있기에 길 잃어버릴 염려가 전혀 없는 그곳!


바로 친구가 일하는 직장으로 발길을 돌려서 달렸거든요.


 


그곳 노선을 대충은 꾀는 줄 알았었는데 '하남공단 도로' 그 기울기 가장 큰 구간에서 하필이면 한 블록 정도를 더 지나쳐 내려간 바람에 아무래도 잘못 들어선 것 같아 죽으라고 거꾸로 올라와야 했었답니다.


친구놈이 일하는 직장도 처음 찾는 길이라서 거기 가까운 곳까지 가서는 지나는 분들 붙잡고 물어보고서야 정확히 확인하고는 찾았답니다.


 


일터 주차장에 자전거 세워두고는 녀석한테 전화를 넣었지요.


한참 만에 전화를 받았는데 하필이면 그 시각이 근무조가 아니랍니다.


'내 이거 참!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대신 녀석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동기이기도 하고 저의 고향 선배이기도 한 또 다른 형님을 소개하네요.


녀석과 조를 달리해서 그 자리에 있을 테니 만나보라는 겁니다.


 


너무나도 의외였기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니까 녀석이 자꾸 보채네요.


하는 수 없이 거기 계산대 아가씨한테 그 사정 전했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넣더라고요.


한참을 기다려도 안 받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자리에 없는 것 같으니 휴대폰으로 직접 걸어보라고 그러더라고요.


 


하여 휴대폰을 꺼냈지요. 뜯고 찾아도 제 휴대폰에 그분 연락처가 안 보입니다.


찾기를 멈추고는 자전거를 돌려 그대로 돌아오기로 해버렸지요.


 


진짜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 전날 밤에 그랬거든요.


너무나도 연락도 없이 사는 처지에 그분 연락처 가지고 있는 다는 게 어딘지 모르게 죄를 짓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럴 바엔 차라리 지워버리자!' 그냥 발길 돌렸던 건 그 전날 그랬던 게 생각나서입니다.


저는 열여덟 먹었을 때가 고1이었는데 그분 스물셋에 고1이었어요.


제 중학교에서 한 해 선배이십니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고등학교는 같은 학교의 동기가 돼버렸지요.


자취하던 집도 또한 나란히 있는 방들 속에서 한 칸 건너 함께 살았거든요.


80년 5.18 그때 또 얼마나 달달 볶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바깥 상황 궁금해 죽겠는데 죽었다 깨도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했던 분이 그분이었어요.


그분이 아니었다면 저 이미 망월동 5월 구묘역에 묻혔겠지요.


어쨌든 너무 깐깐한 것도 싫었습니다.


벌써 35년이나 돼버렸건만, 제 뇌리에 박힌 그분에 대한 인상 좀처럼 달라지질 않더라고요.


어쨌든지 오래전도 아니고 그 바로 전날 지워버렸는데 하필이면 그분이 그곳에서 일하고 있었다니…


 


돌아오는 길에는 너무 허전하기에 어느 아파트 축대에 늘어선 조경수(특히 소나무)를 바라봤지요.


그날 무척 더웠거든요. 실제로 그날의 바깥 온도가 그렇게 높았지 않을 겁니다.


문제는 저의 옷차림이 문제였을 겁니다.


바지는 그래도 봄가을에 입을만한 거로 입었는데 겨울 점퍼(옛 직장에서의 방한 작업복)를 걸치고 달렸으니 오죽이나 더웠겠어요?



 


~ 꽃처럼 나비처럼 - 01 ~



 



돌아와서는 몸이 난리가 났습니다. 겨우내 안 쓰던 근육들이 그날 낮에 갑자기 탈이라도 났었던지 허리를 틀거나 어깨를 조금만 젖혀도 저도 모르게 신음이 터지는 겁니다.


그걸 엷은 신음이라고 하긴 뭐하고 차라리 괴성이라고 불러야 맞을 정도로 깜짝깜짝 놀라면서 소리가 터져 나왔었으니까…


 


어제는 제 컴퓨터에서 형님의 연락처 찾아내려다가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가 버렸어요.


그러던 중 그전 날 박았던 소나무를 확인했지요.


그것 보자마자 불현듯 순수자연산 소나무를 박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산으로 가야잖아요?


 


그래서 자전거를 몰로 이번엔 그 전날과 달리 아버님 계신 곳 쪽으로 달려갔지요.


그 절반에 절반만 가도 야산이 있으니까 사람 손에 닿지도 않았을 순수자연산 소나무 만날 수 있을 거잖아요?


그러나 달리다 보니까 돌연 그 맘이 달라져 버렸습니다.


 


'기왕에 이쪽으로 나왔으니까 오랜만에 아버지한테나 다녀와야겠어!'


집에서 나올 때가 벌써 세 시나 됐었는데 해 떨어지기 전에 돌아오려면 '세월아~ 네 월아' 품새로 달려선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애초부터 그럴 맘이 전혀 없었기에 가지고 나온 건 달랑 휴대폰 하나뿐인 터라서 만약에 날이 어두워지기라도 하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자전거 후미등도 전조등도 안 들고 나왔는데… 기왕에 이렇게 됐으니 죽기 살기로 달리는 수밖에 없었답니다.

 


너무나도 오래간만이라서 묘지 아래쪽 꽃집의 아주머니도 반갑더군요.


그런 거와는 달리 제 다리 후들후들 떨려서 자전거 세워 놓고는 계단 길 오르면서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었답니다.


그 옛날 친구들하고 같이 무등산 올랐다가 내려오면서도 어제의 그 순간처럼 무척이나 다리가 후들거려서 뒤풀이로 주막에 들었었는데 너무나도 다리고 후들거려서 자리에 앉았기도 버거웠었답니다.


평소에 안 하던 운동 갑자기 하면 그런 현상 너무나도 당연한가 봅니다.



 


~ 꽃처럼 나비처럼 - 02 ~



 



어제는 그래도 조금이라도 여름 티가 나는 옷으로 갈아탔는데 온몸이 후덥기는 그제와 별반 다르지도 않았답니다.



 


~ 꽃처럼 나비처럼 - 03 ~



 



아버지 산소에서 인사 모두 마치고 앉았는데 산소마다 줄줄이 피어난 빨간 꽃이 궁금합니다.


'이게 개나릴까 철쭉일까?'



거기 다리 뻗고 앉아서 그것 검색해서 읽어보느라고 아마도 반 시간은 보냈을 겁니다.


'개나리 암술이 열 개라고? 뭐야! 이것들 하나같이 암술이 여덟 개뿐인데… 그럼 이건 철쭉도 아니고 개나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 어렸을 적 따먹었던 참꽃하고 완전 딴판인데 뭐지? 이간…'



 


~ 꽃처럼 나비처럼 - 04 ~



 



그러고 보면 해가 많이 길어지긴 길어졌네요.


다섯 시가 다됐는데도 해 아직 창창하게 남았습니다.



 


~ 꽃처럼 나비처럼 - 05 ~



 



그래서 내려오는 길엔 바로 아래쪽에 있는 아담한 저수지에 들렀답니다.


물은 참 깨끗해서 좋았는데 도대체 어떤 놈들이 그런 곳까지 와서 쓰레기 버려놓고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기분이 잡쳐서 위쪽으로 다시 올라오니까 그 자리에 머위 대 몇 가닥이 쫑긋쫑긋 올라왔대요.



 


~ 꽃처럼 나비처럼 - 06 ~



 



돌아오는 길 아주 오래된 다리(새로 다리를 놓기에 곧 허물지도 모를 다리-용산교)를 천천히 달리면서 아주 예쁜 꽃들도 봤습니다.


시멘트 다리 비좁은 난간 사이로 그것들이 어떻게 날아와서 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들레는 이미 꽃씨는 다 날려버리고 빈 꽃대만 꼿꼿하데요.


다리 건너오니까 어린 애들이 야구 연습 는 모습이 보입니다.


버스도 하나 서 있습니다. '진흥 중 고등학교 야구부'


길가에 자전거 세워 놓고서 올라탄 채로 한참이나 내려다봤지요.


'진흥고에 누가 있었는데 그래 걔가 누구였더라… 조계현이? 계는 군산상고가 아니었을까?'


원체 운동 쪽으로 무관심했으면서도 그 옛날 광주일고에 선동열 광주상고에 김태엽 그리고 또 진흥고에도 누군가가 있었는데 그 기억을 못 떠올리겠데요.


 


그 이름도 안 떠오르는데 나 혼자 마냥 추억에 잠길 수도 없고 조용히 돌아왔습니다.


하하… 운동 첫날 생각도 못 했는데 느닷없이 운동 탓에 생겼던 부작용 인제는 슬슬 녹을 일만 남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허리를 자꾸만 삐기에 거기에 필요해서 전에 먹다가 남은 '근육이완제'가 있었는데도 끝까지 먹지 않고 꾹 참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 꽃처럼 나비처럼 - 07 ~



 



'중근아~ 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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